"이안 매큐언 – 견딜 수 없는 사랑"을 읽고: 운명처럼 스쳐간 한순간의 기억
최근에 '이안 매큐언'의 "견딜 수 없는 사랑 (Enduring Love)"을 읽었습니다.
주인공 '조(조 라이스)'와 그의 파트너 클라리사, 그리고 '클레랑보 증후군(편집성 망상장애)'을 앓고 있는 제드 페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.
이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서서히 조이듯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작품이지만, 솔직히 말하자면 이안 매큐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몰입감은 다소 약한 느낌이었습니다. 개인적으로는 《속죄(Atonement)》 같은 작품에 훨씬 더 깊이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.
기억은 모두 다르다.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미래를 바꾼다.
이 소설을 읽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.
"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다. 그리고 아주 작은 생각이나 행동의 차이가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들 수도 있다."
이야기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파편과 오해, 그리고 불안은 때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아있습니다.
내 인생의 ‘견딜 수 없는 순간’은?
이 책을 읽으며 제 기억 속 한 순간이 떠올랐습니다.
아주 오래 전, 회사에서 무박 2일 멤버십 트레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.
새벽 운전을 하던 저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계속 뭔가를 먹으며 운전을 하고 있었죠. 제 차에는 회사 사장이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, 뒤에는 직원 두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.
어느 순간,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.
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앞에는 거대한 대형 버스가 있었고, 버스 운전사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, 저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습니다. 마치 그 운전자도 동시에 저를 피하듯 핸들을 돌렸습니다.
그 상황을 돌이켜보면, 정말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사고를 피한 순간이었습니다.
그때 회사 사장은 말했습니다.
"100% 정면 충돌이었어"
그 뒤에 직원들 안경은 모두 날아갔고, 모두가 말없이 멍하니 앉아있던 그 정적 속에서, 저는 인생의 무게를 느꼈습니다.
만약 그 순간 제가 왼쪽으로 핸들을 틀었다면,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?
운명, 혹은 우연.
인생은 때때로 찰나의 선택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.
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, 작은 기억의 차이 하나가 우리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기도 하죠.
그래서 더더욱, '지금 이 순간을 진지하고 밀도 있게 살아가야 한다'는 생각이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.
혹시 여러분도 그런 '견딜 수 없는 순간'을 경험한 적 있나요?
아주 작지만, 인생을 바꿔 놓았던 그 순간 말이죠.
여러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.